접합: 섞인 것과 잘리고 붙여진 것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구들과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관을 찾았다. 인사동 한옥마을 근처에 입지 한 서울 현대 미술관은 생각보다 접근성이 좋지는 않다. 택시를 타고 한남동에서 약 7,600원 정도를 지불하면 현대 미술관에 도착할 수 있다. 미술관은 생각보다 할인의 폭이 크고,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을 배려한다.

(학생 + 대학원생 포함, 학생증 제시 시 입장료 무료)

전시 내용은 훌륭하고 또 즐거웠다. 단순히 ‘즐겁다’는 미사여구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전시 수준은 절대 아니다. 민족주의(시민 내셔널리즘)에 대해서 말을 건네는 작품도 있고, 기계문명과 물질주의를 꼬집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작품들도 있다. 심미적 요소를 가지고 ‘쉼’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특별전은 오로지 한 구성이었기에, 모든 이야기에 대하여 소고 하려면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 싶었다. 그러나 미술의 장점이 무언가. 깊게 생각하려면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심미적으로 흥미를  끌어내고자 하면 연인과 포즈를 취하게 하는 자유로움이지 않나. 그 형태가 무어든 전해지는 바는 아름다움(美)이어야 하니, 나 역시도 아름다움에 취해서 요리조리 셔터를 눌렀다.

서울현대미술관 전경, 서울특별시

필자는 미술에 대하여 관심만 많은 아마추어 미술 애호가일 뿐이다. 공신력 있는 이야기를 할 순 없겠지만, 오늘은 인상 깊었던 한 전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시의 이름은 <뉴 로맨스(NEW ROMANCE)>. 세상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아닌 것들과 공존하는 인간 이야기를 예술가의 손을 빌어 대중과 소통한다.

“이처럼 사람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접목하여 살게 하는 식물들을 볼 때, 신기하다거나 탐이 난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는가? (중략) 한 편, 이종의 생명과 같이 ‘컷 앤 페이스트’ 원리가 식물이 아닌 동물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해 일관성 있는 윤리적, 미적 판단에 도달할 수 있는가?

이 방은 이상한 방이다. 괴생명체들이 인간들과 함께 다정하게 배치되어 있고, 색색의 선인장들이 아름답게 바닥을  수놓고 있다. 까칠한 두 가지 조합은 흥미로우면서도 어색했다. 한 방에 괴물들과 선인장들이 배치되어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나는 다른 작품들보다 선인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작품은 이소요 작가님의 손을 통해 탄생한 이야기다.

이론적으로, 선인장과의 모든 식물들은 자르고 붙임으로서 서로의 조직이 유착된 하나의 식물체로 만들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라 생장의 왕성한 삼각주 혹은 튼튼하고 수명이 긴 귀연각 등 다른 특성을 지닌 선인장에 비모란을 접목하여 그 화려한 색을 좀 더 빠르게, 크게, 그리고 오래 두고 보게 되었다. 몇 종류의 선인장에서 사람이 원하는 특성만 취해 조립한 인공 자연물이 탄생한 것이다.
(중략)
201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삼각주에 접목된 비모란의 크기, 색, 수명을 표준화하고 화훼를 통해 종자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국산 품종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특히 1991년 처음으로 조성된 접목 비모란 수출단지인 경기도의 고양 선인장 수출 작목회는 현재 국제 비모란 시장의 70%를 점유하면서 세계 70여 개국에 이 식물을 실어 보낸다고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선인장과의 모든 식물들이 접합으로 하나의 생명체가 될 수 있다니. 우리가 만화책에서나 상상력으로만 볼 수 있었던 키메라나 동물 간 결합에 대한 이야기가 선인장에서 만큼은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소요 작가님은 여기서 이야기를 맺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번 더 나아가 화훼 농가에 질문을 던졌고, 그 대답을 최대한 객관적인 논조로 기록하고, 전달한다.

이 컬러 접목선인장은 절화와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지니며 보통 6개월 후면 수명을 다하게 된다.
접목 비모란은 꽃처럼 생겼지만 꽃이 아니고. 애초부터 소모품으로 고안되었으며, 단순하고 선명한 원색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돌연변이  관상식물이다. 그리고 대량 생산과 판매에 적합한 형질 물질들만 짜깁기 하며 단순한 손기술로 끊임없이 복제하는 생명체이다.

비모란 수출 산업에 종사하는 육종가, 재배 농민, 그리고 유통업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국산 품종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수출액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꽃말을 붙이고, “수출 효자” 혹은 “세계 최고의 선인장” 같은 문구로서 홍보하고, 표준화된 생산 프로토콜과 장비를 개발한다.

이 식물이 지닌 형질들의 미적 잠재성을 보장하고 적당한 생장 조건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원종이 자연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생하는지, 그 진화와 개량과 재배의 역사가 어떠한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개발자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수출용 접목 비모란은 다음의 조건을 만족하면 관상 가치가 있는 예쁜 식물로  평가받는다 – 균일하고 선명한 원색을 띌 것, 자구 생성이 왕성하고 생장이 빠를 것, 병충해에 강하고 수명이 길 것.

설명을 읽은 후, 비모란이 한 순간에 추악한 자본주의와 인간 이기심의 산물처럼 느껴지더라. 작가님의 의도가 그렇든 그렇지 않든, 비모란은 인간이 고안해 낸 소모품이며, 최적의 효율로 생산해 놓은 체제의 희생물 같아 보였다. 순간 비모란을 모아 문장을 적어 놓은 작품이 단두 된 머리를  늘어놓은 장식장처럼 추악하게 해석됐다.

동떨어지게 붉은 비모란의 머리 부분은 단두된 상인 듯 하다

왜 키메라는 본능적으로 추악하다 느꼈으면서, 이 소모품  관상식물은 앎 이후에나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일지-잠시 고민했다.

작가님의 비모란 작품은 서로 다른 비모란의 머리를 이용하여 이런 문구를 그리고 있었다. 왜, 공원에도 하나 씩 있는 식물들로 글씨 써 놓은 작품들 말이다. 그리고 그 문구는 ‘WORLDS BEST CACTUS’였다. 선인장 이라니. 산소호흡기로 6개월간 생명을 인도받은 사망 유예 생명체가 과연 생명체이며, 그 생명을 ‘선고’한 인간은 그 생명을 자신의 뜻대로 선고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잠시 혼란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었더니, 주변에는 털이 모두 발가벗겨진, 비버의 손톱과 발톱을 가진 두더지 형상의 괴기 생물체들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문학, 예술사적으로 로맨티시즘(Romanticism)은 애틋하고 사랑이 넘치는 그런 그림이 아니다. 로맨티시즘은 감정적이며 이성과 합리를  뛰어넘은 상상력의 폭발이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과격과 개성을 가진 하나의 유기체로 세상을 평가한다 (넘나 감정적인 것). 여기서 대상을 유기체로 해석할 수 있음은, 대상의  생성뿐만 아니라 합성, 분리, 성장, 소멸을 모두  이야기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가히 <뉴 로맨스(NEW ROMANCE)>라는 전시 기획과 부합한다 할 수 있겠다.

순간 비모란을 모아 ‘WORLDS BEST CACTUS’라고 문구를 만들어 놓은 작품이 단두된 머리를 진열해 놓은 장식장 같아 추악하게 느껴졌다. 전쟁광의 추악한 전리품처럼

그러나 여기까지 했었던 모든 생각을 접어버리고 단순한 감상, 심미적 만족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이 미술관이다. 하루 약 1,000명의 관람객들 사이의 연령과 미술 스펙트럼 모두를 아우를 수 있으며, 천 가지 다양한 해석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작품을 채워놓아야 하는 것이 큐레이터의 직업의식이다.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나처럼 디스토피아적 사고를 가지고 작품을 대하진 않으리라. 현대 미술관의 모든 작품 선정을 꽃의 모가지를 꺾어 늘어놓진 않았으리라. 이것은 현대미술관을 찾은 수 많은 연인들과 가족들의 숫자로 증명하고 있으며, 오늘의 해석은 한껏 멋을 부린 인사동의 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그림자이다.

더 많은 <뉴 로맨스> 전을 미리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참고하시라.

그러나 여기까지 했었던 모든 어두운 생각일랑 접어 버리고 단순한 감상, 심미적 만족을 추구 할 수 있는 곳이 미술관이다.

P.S:
전시 관리자님의 말에 의하면, 관마다 그 숫자는 다르지만 주말에는 약 천이백 ~ 삼백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가고, 평일에는 칠백에서 팔백 명이 방문을 한다고 한다. 이는 일주일에 넉넉잡아 45,000명이 미술관을 방문한다고 해석하고, 4개월을 전시한다 했을 때 약 18만 명이 전시를 본다는 뜻이다. 대보았을 때, 가히 1,000만 관객의 힘이 어떤 것인지. 영상 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큰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기. 승. 전.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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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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