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디뮤지엄: 9-Lights in 9-Rooms

한남동 디뮤지엄 개관 특별전
15/12/05 – 16/05/08

스승님께 하사받은 VIP 티켓,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전한다

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미디어 아티스트, 조명 디자이너, 비주얼 아티스트, 사운드 엔지니어 등의 작가 아홉 명이 작품을 기획했다. 이것 때문에 요즘 한남동은 주말마다 북새통이다. 디뮤지엄 D MUSEUM 얘기다.

왼쪽부터 플린 탈봇, 스튜디오 로소, 툰드라 팀, 폴 콕세지, 올리비에 랏시 / 사진출처: 디뮤지엄

이번 전시는 빛이 주제다. 전시실 내 9개의 암실에는 9가지 빛으로 그린 예술 작품들이 있다. 일상에서 빛은 매질이다. 우리는 스탠드 빛 아래에서 책을 읽고, 상영기에 투사된 빛으로 영화를 감상한다. 빛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메신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9명의 작가들에게 빛은 메신저가 아니라 메시지다. 9개의 방에는 각기 다른 빛의 해석이 담겨 있다. 작가들은 빛을 분해했다가도 다시 결합하며, 흩뿌리기도 하고, 만들기도 한다. 몇몇 방은 셀피(Selfie, 셀프 사진)가 예쁘게 나온다. 그러니 작품 대기열이나 사람들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미술 애호가들이라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빛의 순수를 만나다: NEON FORMS (AFTER NOH II AND III)>

세리스 윈 에반스(Cerith Wyn Evans)

NEON FORMS (AFTER NOH II AND III), 세리스 윈 에반스

에반스의 작품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조형은 마치 허공에 서명을 휘갈긴  듯하다. 에반스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네온사인을 접고 구부려서 빛에 율동감을 부여했다. 본 전시에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필자는 그의 <조안나>를 좋아한다. 공중에 정자로 적어 놓은 한 바닥의 글은 빛이 전하는 메시지다. 비록 매질로서 빛이 사용되긴 했지만 그 형태는 마치 수화(手話)와도 같다. 만약 빛을 매개로 글자를 읽는 것이 이차원적 행위이고, 빛 자체의 형태를 감상하는 것이 일차원적 행위라고 한다면 <조안나>는 일차원과 이차원, 그 사이에 있다. 그의 작품이 좋은 이유다.

joanna (chapter one),
세리스 윈 에반스는 네온관의 잘 구부러지는 원리를 이용하여 빛을 표현한다. 휘어진 유리 기둥 사이에 채워진 형광물질은 전기가 흐를 때 밝게 방전되며 빛의 궤적을 그린다. 유리 기둥을 따라 흐르는 빛은 메시지가 된다.
NEON FORMS (AFTER NOH II AND III), 세리스 윈 에반스
NEON FORMS (AFTER NOH II AND III), 세리스 윈 에반스

<빛의 색을 찾다: PRIMARY>

플린 탈봇 (Flynn Talbot)

플린 탈봇은 시간축 T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색깔과 색의 변주에 따른 감상의 변화에 주목한다. 관람객들은 시간을 두고 변화하는 삼각뿔의 색을 관찰한다. 빛은 입사면에 따라 명도가 달라진다. 조각 위에 빛을 투영하는 방식은 언뜻 보면 조명의 원리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의 빛은 조명이 아니라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빛은 미술로 치자면 붓이 아니라 물감인 셈이다. 탈봇은 색의 변주를 연주하며 감상자들의 심경 변화를 묻는다.

카드보드, MDF, 철, LED 스포트라이트, 케이블, 코드/ 263 x149 x 226 cm, 플린 탈봇 (2014)


<빛의 공간을 짓다: LINE FADE>

어윈 레들(Erwin Redl)

LINE FADE, 어원 레들

어원 레들은 광섬유에 빛을  흘려보내는 방식을 사용하여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빛의 공간을 만들었다. 함께 간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감옥’같아 보인다. 나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발’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는 적외선 침입 감지기 같다고도 한다. 모두 폐쇄적이면서 반쯤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다. 레들은 빛이 만들 수 있는 공간 요소에 주목했다. 그가 암실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고, 광섬유로 폐쇄된 공간을 창출한 이유다.

작품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오차 없이 정확한 길이의 광섬유로 공간을 만들고 있다, LINE FADE, 어원 레들

<빛의 환영을 마주하다: CHROMOSATURATION>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Carlos Cruz-Diez)

CHROMOSATURATION,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

디에즈는 공간에 각기 다른 색을 결합시키는가 하면, 큐브는 한 가지 색깔을 균일하게 받아들이도록 배치한다. RGB(빨강, 초록, 파랑) 색깔의 빛은 거리 D에 따라 그 파동이 혼합되며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을 그리지만, 큐브 표면은 항상 단색이다. 표면이 한 광원으로부터 적극적인 간섭을 받기 때문이다.

CHROMOSATURATION,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
CHROMOSATURATION빛을 음미하는 관람객들, ,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

<빛의 조각을 흩뿌리다: MIRROR BRANCH>

스튜디오 로소(Studio Roso)

MIRROR BRANCH, 스튜디오 로소 / 이미지 출처: 스튜디오 로소 공식 홈페이지
MIRROR BRANCH, 스튜디오 로소

스튜디오 로소는 빛이 내리쬐는 형태와 그 그림자가 가져오는 아름다운 풍미를 그린다. 나뭇가지 형태의 구조와 나뭇잎의 형태를 모사한 원형 디스크는 빛이 입사한 방향 그대로 반사하며 그림자를 생성한다. 그림자들의 교접과 빛의 굴절로 인한 번짐은 감상자들을 빛의 숲으로 인도한다. 다만, 이 작품은 빛을 너무나 상투적으로 해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 작품의 아름다움에는 이견이 없지만, 주제 해석의 관점에서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Mirror Branch, 스튜디오 로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본 작품을 감상하면서 나뭇가지 아래에 있다는 상상을 한다. 이는 조형이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형질을 모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작품에서 물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림으로 치자면 모사(模寫)다. ‘예술가가 해석한 빛’이라는 주제의식에 대한 필자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거라고 해 두자. 필자는 아쉬움에 스튜디오 로소의 다른 작품을 찾았다. 아래 작품들을 보면 스튜디오 로소의 작품은 넉넉한 규모 아래서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듯하다. 스튜디오 로소의 다른 작품들이 보고 싶다.

Eden, 스튜디오 로소
Mirror Chandlier, 스튜디오 로소

<빛의 리듬에 몰입하다: MY WHALE>

툰드라 (Tundra)

My Whale, 툰드라 (2014)

마치 모비딕의 뱃속 같다. 빔 프로젝터 네 개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분산하길 반복한다. 웅장한 영상과 소리의 균형이 감상자를 감싼다. 벽면을 채우고 있는 육각 표면을 자세히 관찰하노라면, 소리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하나의 셀(Cell, 세포)을 보는 것 같다. 관람객들은 길이 약 20m 정도 길이의 터널을 지나면서 고래의 음파가 진동하는 궤적을 감상한다. 소리가 주는 웅장함과 율동감이 가슴을 일렁이게 한다.


<빛의 바람을 느끼다: BOURRASQUE>

폴 콕세지 (Paul Cocksedge)

Bourrasque, 폴 콕세지
마치 종이가 흩날리는 것 같다. 전시된 작품들 중 가장 큰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브라스크(Bourrasque)>다. 브라스크는 불어다. 우리말로 갑작바람(갑자기 부는 돌풍)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제목이 주는 인상처럼 <브라스크>는 “휙”하고 불어오는 빛의 궤적을 묘사한다. 광원은 굽어진 아크릴 팁 끝에 연결되어 있는데, 광원에서 멀어질수록 그 힘이 서서히 줄어들어 암부가 생긴다. 이렇게 생기게 된 암부 때문에 감상자들은 실제 종이가 흩날리는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본 작품이 있는 공간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동일한 작품이 프랑스 리옹 시 의회에 전시된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이 글쓴이가 촬영한 사진보다 아름다워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BOURRASQUE, 리옹 시 의회, 폴 콕세지 (2013)

<빛의 그림자를 느끼다: DON’T LOOK INTO THE LIGHT>

데니스 패런(Dennis Parren)

DON’T LOOK INTO THE LIGHT, 데니스 페런 (2013)

데니스 페런은 CYMK라는 잉크의 색 요소를 분리해서 조그만 LED 선으로  뽑아낸 뒤, 그 광 위차를 이용하여 색을 합성한다. 그의 설치 미술에는 (일반적으로) 율동감이 있는 와이어가 함께 등장하는데, 분리된 빛은 그 와이어를 지나 각기 다른 발색의 그림자가 된다. 그의 작품은 2013년 에서 큰 호평을 얻었는데, 이는 CYM과 우리의 그림자(Black)가 만나 CYMK라는 현실계의 색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바닥에 생긴 CYMK의 그림자를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 <DON’T LOOK INTO THE LIGHT>, 2013


<빛의 시간으로 빠져들다: ONION SKIN>

올리비에 랏시(Olivier Ratsi)

랏시는 직교하는 두 평면에 두 개의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관람객들은 두 평면에 투영된 두 가지 영상을 마주하는데, 이때 두 가지 영상의 조합은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관람객들의 공간감을 마비시킨다. 관람객들은 직교하는 면 사이에서 새로운 느낌의 공간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을 경험한다. 두 면이 서로 만나는 지점은 종단점(Endpoint)이 아니라 하나의 복도(Hall)같이 느껴진다. 빛이 창출하는 가상의 공간이다.

ONION SKIN, 올리비에 랏시 (2013)

아홉 명의 아티스트들이 빛으로 그린 회화는 화려한 색채 때문만이 아니라 해석의 여지가 넘쳐 즐겁다. 입장료는 심미적 만족도와 예술적 수준을 떼어놓고 생각해봐도  저평가되어있다. 주식으로 치면 저평가 우량주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면,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린다. 때문에 여유 있게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한다. 관람 시간은 50분 ~ 한 시간 내외고, 평일/주말 일일 평균 관람객은 1000명/ 2000명 정도다. 서울 현대미술관의 1/6 정도 되는 규모에 두 배 정도의 사람들이 몰린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디뮤지엄이 작품을 감상하지 못할 정도의 인원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작품 집중을 방해할 정도의 수(首)는 된다.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 다를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 때문에 관람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힙스터들 셀피(Selfie, 셀프 사진)에 배경으로 찬조 출연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디뮤지엄(D MUSEUM)은 지금 한국에서 제일 힙한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똘레랑스가 필요하다.

한남동 디뮤지엄 개관 특별전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
15/12/05 – 1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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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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