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랜드 매거진 B의 53번째 주제는 무인양품(MUJI, 또는 무지)이다. 많은 분들이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안다. 매거진 B도, 무지도. 퇴근하기 위해 책상을 정리하고 있는데, 회사 동료 책상에 저 책이 놓여 있었다.

“무지 좋아하시나봐요. 이번 호 예쁘게 나왔네요.” 내가 그녀에게 건넨 말이다.
“네. 무지 좋아해요. 보실래요?” 그녀가 답했다.

어쩌면 귀찮게 굴지 말고 사라지라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 우린 가끔 장난을 주고 받는 사이지만 친한 것은 아니니까.

“네. 주말간 빌려주실 수 있어요?” 다시 물었다.
“그래요.”
그녀가 답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책을 집어올렸다. 이거로 금요일 밤 몇 분간은 심심하지 않겠다.

(무지는)  흡사 진정제를 복용한 이케아 같다고나 할까?

– The New York Times, 15/12/10

매거진 B는 마니아적 시각보단 항상 못하다. 보다 보면 성에 안 차는 면이 있다고 해야 할까. 롤렉스 편이나 프라이탁 편에서 갈증을 많이 느꼈다. 나는 두 브랜드를 사랑한다. 두 번이나 매거진 B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모두 선물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견은 어디까지나 마니아의 푸념이다. 거리를 걷다가 왠지 눈길이 가던 브랜드의 시작, 경과, 그리고 미래를 간결하게 보여주기에는 이만한 잡지가 없다. 아래의 설명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무인양품 마니아라면 성에 안 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관심만’ 있던 나에게 아래 기사는 최고의 요약이다. 그것이 2001년에 나온 기사라 할 지라도.

무인양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경이로운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일본에서는 손톱깎이와 플라스틱 옷걸이조차 선을 취한다. 게다가 기능적이고 미니멀하며, 적당한 가격이 매겨졌다. 나는 무인양품이 연상시키는 일본을 무척이나 방문해 보고 싶다.

– The Guardian, 01/04/01

무인양품의 역사는 1983년 부터다. 일본 세이유 백화점의 PB(자체 브랜드)로 들어간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세이부, 한신 백화점에 입점하다가 독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마트의 No Brand(노 브랜드) 전략이 떠오른다. 뭐 어떤가. 독자적이고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가격이면 됐지. 이것이 무지 또는 노 브랜드를 사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일 것이다. 무지와 노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도 같다. 독자적일 것(미적일 것), 실용적일 것, 그리고 가격이 합리적일 것.

무인양품 매장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옷은 있지만, 이 계절에 ‘반드시’ 입어야 하는 옷은 없다. 디자이너들은 외형적 아름다움을 생각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말하는 불편함에 귀를 기울인다. 예를 들면 터틀넥 특유의 갑갑함과 까슬까슬한 느낌을 없애려 한다는 것들 말이다.

소비자들에겐 부담 없이, 소리 없이 다가가는 무인양품. 그런 무인양품과 함께 일을 하는 경험은 어떨까. “(무인양품이) 특별히 뭘 원하거나 요구하지 않더라고요.” 다(tha)스튜디오 아베 요스케의 말이다. 아베는 무인양품과의 일은 자유롭지만 그만큼 까다로웠다고 회상했다. 제약은 없지만 모두가 ‘무인양품답다’라는 기준을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콜라보레이션 경험 역시 비슷한 피드백이다. 디자인 디렉터인 후지와라 다이씨는 “무인양품엔 어드바이저리 보드(Advisory board)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외부인사고,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예요. 3개월에 한 번 그들과 만나는데,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작은 회의실에 5명의 보드와 카나이 무지 회장을 만나는데, 거리가 정말 가깝습니다. 꽤 어려운 자리죠. 회의를 하면 늘 반대 의견이 더 많거든요. 디렉터로서 그들과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흥분되는 일이지만, 모든걸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 만큼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게 무인양품의 문화입니다.”라고 회상했다.

무인양품의 매장 음악은 켈트 Celtic 민요와 같은 민속 음악이다. 무인양품이 선호하는 음악 스타일이 공허(emptiness)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선율은 우리네 일상과 닮았다.

무지의 장점은 간결하고 소리가 없다는 것. 그들은 생활용품부터 의류, 책, 음식 심지어는 건축까지도 디자인한다. 초창기 400여 종 밖에 되지 않던 취급품목은 이제 7,000여 종에 달한다. 그러나 무지가 추구하는 바는 간결함. 그리고 유저가 주인공이 되는 삶이다. 소리 없이 스며드는 것. 그것이 무지가 추구하는 바이며, 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지는 마이너스의 미학이다 라는 말을 합니다.

찻잔에 꽃 그림이나 장식이 없이도 기본적인 생활 형태를 담아내는 것이 바로 무인양품인 것이죠.

– 고이케 가즈코(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카피라이터)

무인양품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이미지는 브랜드 뿐이 아니다. 어드바이저리 보드. 우리말로 하면 사외이사 정도 될까. 그러나 우리가 아는 사외이사와 달리 무인양품의 어드바이저리 보드는 철저히 브랜드를 향한다. 무인양품이 어디로 가고 있고, 현시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으며, 사용자들과 앞으로 어떻게 상호 작용해야할지를 고민한다. 보통의 사외이사들이 ‘망가뜨린 브랜드’에 대한 책임(또는 관심)을 회피할 수 있는 반면, 무인양품의 사외이사는 무인양품과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무지의 사외이사 다섯은 브랜드에 강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무지의 향방을 결정하는 어드바이저리 보드의 회의 시간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시간이 아니예요. 각기 다른 분야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테마에 대해서까지 의견을 주고 받죠. 그리고 그 의견에 대해 서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토론을 해요.

– 스도 레이코(텍스타일 디자이너)

매거진 B가 말하는 무인양품 이야기는 이쯤 하는게 좋겠다. 무지러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무인양품의 성장 스토리, 오늘날 무지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잘 정리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에겐 미안한 소리이지만, 매거진 B가 두 달간 열심히 녹인 정수를 필자가 모두 소개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금요일 밤 몇 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게 해 준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남긴다. 돌려드리는 편에 1-free-drink라도 드려야 할지 고민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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