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케 드로 그랑드 소공드 에나멜 다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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웠던 겨울이 가고 금방 봄이 돌아왔습니다. 책상 위에 밀린 서류더미를 올려 놓고 앉아, 창 밖으로 흩날리는 연분홍의 벚꽃 잎을 보고 있자니 순수하고 정갈한 것에 대한 아련함이 느껴집니다. 시계 이야기로 몇 년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4년 째 타임포럼에 글을 쓰고 댓글을 남기고 하고 있는 저를 보고있자니 시간의 영속성과 그 매력이 봄 처럼 오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계 리뷰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쓰는 글이니 어디까지나 시계 이야기가 빠지지 않아야 하겠지만, 꽃도 떨어지고, 촉촉한 봄 비도 내리는데 오늘은 사는 이야기나 해볼까 합니다.

 다른 분들의 삶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제 삶은 언제나 아름답고 찬란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얼마나 살았고, 얼마나 삶의 쓴 맛을 알길래 이런 건방진 말을 써 내려가는지는 오늘만큼은 생각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7살 배기 어린아이에게도 삶은 치열할 수 있고, 한 해, 한 달 안에도 수 없이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 우리들이니까요. 무튼 그랬습니다. 저는 많은 날을 사랑이 주는 열병에 아파 잠 못 이뤄보기도 했고, 한창 팔에 링거 맞아가며 공부를 해야 했던 그 때에는 집 안 발코니에서 반짝이는 마천루의 불빛을 바라보며 성공하는 인생에 대해 답 없는 생각을 끊임없이 반복하기도 했으며,때로는 알 수 없는 힘에 취해 안개와 전봇대 할로겐 불빛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새벽 3시의 축축한 밤거리를 하염없이 걷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 웃기도 많이 하고, 농담도 주고받고, 행복한 일도 많은 저입니다만, 때로는 이유 없이 가슴을 두드리는 외로움에 취해, 때로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 취해 스스로 고독해지는 시간은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저를 찾아왔고, 저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고, 때론 즐겼던 것 같습니다 .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세상은 참 덧없고 영원한 것 하나 없는 그런 공간인 것 같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유행에 적당히 적응해가며 쾌락을 찾다가, 크게 지쳐 방 안 내 의자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그게 지루해지면 다시 또 나가 행복을 쫓는 무상(無想)의 반복이랄까요.

그래서 우리는(아니, 저는) 불안한 자신 대신에 무언가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들을 찾아 기대고 싶어하고, 의지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릅니다. 행복의 절정에 있으면서도 불안함을 생각하는 나. 그런 나와 대조되는 안정되고, 의지하고 싶은 무엇. 절대적인 것들, 또는 절대적인 것들과 가까운 것들에 말이지요.

그래서 자케드로는 다이얼에 ‘8’자를 숨겨놓았는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우리네 세상과는 다르게 자케드로의 시계는 끊임없이 팔(八)자를 그리며 무한한 생의 굴레를 반복하며 영원하고 안정적인 이데아의 세계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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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로 산치오,

스와치그룹이 자케드로를 인수하고 시계를 제작한지는 사실 12년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자케드로는 엔트리 모델이 일 천 만원을 넘어가는 시계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IHM(In House Movement)를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이기도 하지요.자케드로의 역사성이나 기술력에 대해서 흠을 잡고자 한다면,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와치그룹 산하에 있는 80%가 넘는 브랜드들이 그렇지요. 하지만 자케드로가 이렇게 기계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다는 사실은 마니아들이 무시하고, 어리게 보는 자케드로 안에도 간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 입니다.

자케드로 라는 브랜드의 시작은 탁상시계(clock)이었습니다. 게다가 자케드로라는 브랜드는 창립자가 ‘손목시계’의 시작조차 보지 못한 브랜드입니다.(사실,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브랜드 중에 창립자가 손목시계라는 것을 본 브랜드가 얼마나 되겠습니까마는..) 어쨌든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이제 막 시계공 일을 시작한 꼬꼬마 피에르 자케드로는 조그마한 상자 안에 정교하게 조립되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의 ‘아름다움’에 매료 당합니다. 손에 베일듯하게 날카로운 톱니바퀴의 존재와, 그 존재들이 좁은 간격 안에서 만들어내는 오묘한 조화, 가로 세로로 움직이는 포크와 그 포크가 만들어내는 회전의 유의미함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지요. 하지만 자케드로가 매료된 것은‘무브먼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무브먼트의 아름다움 무게를 두는 많은 브랜드들과는 달리, 자케드로는 그저 정교하고 신비적인 것이 가져다주는 경이로움에 취했던 것이지요. 다시말해 피에르는 ‘무브먼트’ 자체는 아름답지 아름답지 않고, 어떠한 의미를 갖는 대상을 실현해주는 수단으로서 그것이 오류가 없이 제 역할을 다 할 때,아름다움이란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했고,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아름다움’을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그의 작품관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그의 인생관, 그리고 자케드로라는 브랜드의 미래도 조심스레 점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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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르가 만들었던 그랑드 스콩드

앞서 이야기했듯 피에르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습니다. 시대적으로는 고전주의 미술이 시작되는 때였고, 바로크 양식의 예술품들이 절정이었던 시기였습니다.정교한 규칙성이 주는 아름보다는 규칙이 있는 듯 하면서도 비대칭인 것들과 페이즐리 문양이 유행이었던 시기였지요. 그는 분명 클락매이커였습니다만, 그가 가진 기술을 더욱 아름답게 보여줄, 또는 다른 방면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많은 회원분들이 알고 계시는 에나멜부터 쥬얼리, 그리고 음악에도 관여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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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피에르가 자신의 본업에 소홀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시계를 만드는 일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노력했고, 그 와중에 자신의 넘쳐나는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계를 선택한 것입니다. 우리가 ‘돈을 벌기위해’ 일을 하지만, 일을 통해 다른 의미를 찾듯, 피에르 역시 시계를 통해 돈을 벌었지만, 그것이 피에르의 삶의 이유이진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철학이 담긴 ‘아름다움’을 만들길 원했고, 그 주된 수단이 시계였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직업과 그 일에 대한 대가로 받은 보수만으로 당신을 모두 설명해주지 않듯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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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작품은 가히 ‘작품’이라 표현할만한 피에르의 걸작입니다. 위의 인형은 그냥 인형이 아니라 ‘재미있는 로봇’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초이며,지금도 몇몇 휴머노이드 공학 개론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합니다. 이 작품들은 피에르가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만든 것입니다. 이는 초기 기계공학의 정수이며, 당시 스위스의 정밀 공학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걸작중에서도 수작(秀作, 빼어난 작품)입니다.

시계를 만든다는 것 자체에는 공학적인 요소가 빠질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자가 있기 이전에 필요한 것은 ‘도구’이니까요. 도구는 말 그대로 기계가 될 수도 있고, 위의 오토마타와 같은 방법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바젤에서는 (비록 한쪽 구석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정밀 기계공학과 관련된 기계들과 기술들을 전시하는 부스가 매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프로모션 덕분에 스위스가 정밀 공학에 있어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 입니다. ‘시계를 잘 만든다’는 단어 기저에는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와 연구,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시계에 관한 일 중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 있을 때, 그러나 누군가는 해줘야 하는 길이 있을 때. 우리가 스위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면, 그 이유는 스위스에는 시계 그 이상의 철학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케드로는 2000년에 스와치그룹이 인수했습니다. 어떻게보면 유럽 그룹들의 기업 문화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맥주 제외) 스와치그룹의 브랜드 인수 철칙은 인수되는 하위 브랜드들의 개성과 독창성을 존중해주는 것 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 아래 인수된 자케드로는 밀레니엄 이후부터 지금까지 1785년의  그랑드 스콩드(Grande seconde)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피에르가 자신의 브랜드에 심어놓은 ‘아름다움’이란 유전자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계는 기본적으로 회전운동을 하는 기계장치입니다. 레트로그레이드든, 점핑아워든 관계없이 기계식 시계라면, 무조건 회전 운동의 매커니즘을 거쳐서 시간을 나타내야하지요. 그리고 이 회전, ‘원'(circle)이라는 매커니즘은 고대부터 무한대이자, 모든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symbol)이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태초를 0이라고 표현했으며, 이 태초가 두 개가 맞물려 있는 형상을 무한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세계인 이데아 역시 이러한 태초에 있었고, 이데아의 세계는 완전하며 결함이 없는 ‘0’의 세계였습니다. 영속성이 지속되는 공간, 이데아를 닮은 결함이 없는 깨끗한 세계. 피에르는 이러한 이데아의 참 모습을 시계를 통해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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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얼은 그랑-퓌 라는 방식을 통해[클릭] 에나멜을 구워 만들어졌습니다. 시계를 볼 때 첫 인상이 결정되는 부분이 다이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다이얼의 아름다움과 노력에 대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자케드로의 다이얼이나 그랑-퓌라는 방식을 통해 완성되는 다이얼은 절대로 가볍지 않습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스케일이나 박력은 비록 가지고 있지 않지만, 피에르의 철학과 그가 추구했던 삶의 모습을 전달하는 매개로서 에나멜 다이얼은 최상의 수단입니다. 은은한 은빛과 백색을 닮은 다이얼,얇은 막 위에 가볍게 떠 있는 듯 한 인덱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심미적 매력을 담고 있습니다. 크로노스 국내 창간호에서 제일 먼저 선택한 특집기사가 ‘디테일’. 그 중에서도 다이얼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볍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은 시계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무브먼트 뿐 만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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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드 스콩드 아이보리 에나멜은 총 두 가지 버젼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두 버전은 39mm와 43mm 케이스 사이즈의 시계들로 같은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상기 모델은 39mm의 모델입니다. 선대 피에르의 시계의 핸즈는 당대 최신 유행이었던 루이 15세 형식이었고, 오늘날 자케 드로의 핸즈는 알파 양식으로 제작되었다는 것 외에는 다이얼은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이 다이얼 위에 그 이상의 수정을 가하지 않음은 피에르의 다이얼이 아름다움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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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Cal. 2663.4로 피게 무브먼트를(FP 1153)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피게는 ETA와 더불어 스와치그룹의 범용 무브먼트를 만드는 회사로 ETA보다 고급 베이스를 필요로 하는 무브먼트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피게 무브먼트는 스와치그룹 브랜드들의 고급시계에 들어가는 무브먼트입니다. 모든 브랜드마다 자사무브먼트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In-House Movement manufacturing system) 있다면 좋겠지만, 스와치그룹 산하의 브랜드가 너무나 많고, 그 중에서도 고급 브랜드도 제법 많이 가지고 있으니, 한 지붕 아래서 무브먼트를 제작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 입니다. 큰 지붕(?) 아래에서 자사무브먼트(In-House movement)이미지를 주장하고 있는 스와치 그룹에게 고급화에 대한 체신만 챙기려는 얄팍한 상술은 아니냐는 마니아들의 의문 또한 있는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하면 R&D 비용을 고도로 집약화하여 좋은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단은 모두 제쳐놓고라도 고급 브랜드 1위부터 10위까지 펼쳐놓고 피게 무브먼트를 에보슈로 사용하는 고급 브랜드들을 꼽으면, 어느 브랜드, 그룹 상관 없이 다섯 종 이상 들어가니, 모두에게 검증된 무브먼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FP 1153은 직경 25.6mm에 두께가 3.25mm로 듀얼베럴이라는 것 외에는 JLC 889/2와 팔미지아니 331과 유사한 범용 무브먼트입니다. ETA로 치자면 데이트 없는 2892정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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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P 1153의 수동무브먼트 버전(1106)과 피니싱을 보기 위한 확대사진.

 FP1153은 원래 수동 무브먼트입니다. 데이트 기능이 없고, 자동감기 기능이 없었기에 범용 사이즈의 타임온리 슬림 무브먼트로 많이 사용했었지요. 피게는 이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자동감기라던가 데이트, 파워리저브 등의 기능을 추가한 다른 버전의 1153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수동 1153 무브먼트(블랑팡)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3/4 플레이트 양식을 따라가려는 듯 하면서도 스위스스러운 맛이 느껴지는 무브먼트입니다.

 자케 드로는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다워서’라는 이유로 유리창 하나 뚫어놓고 각진 플레이트를 보여주는 어느 고급 브랜드와는 달리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입니다.  그랑드 스콩드 아이보리 에나멜 역시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트/피니언 피니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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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케 드로에 들어간 무브먼트를 가만히 살펴보다보면, 세잎크로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케 드로 매뉴팩쳐의 모든 시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위트아닌 위트인데요, 당시 피에르는 나름대로 잘 나가는 시계공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잘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시기와 질투의 무리가 있듯, 피에르에게도 모조품의 위협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피에르는 자신이 만든 시계의 무브먼트에 언제나 저렇게 ‘행복’의 상징인 세 잎 클로버를 새겨넣었습니다. 피니싱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한 게 아니었으니 더욱 그럴만 했겠지요. 물론, 지금처럼 ‘대놓고’ 크로바를 새기지는 않았겠지만 말이죠. 어쨌든 자케드로를 인수한 스와치는 이러한 사소한(timid) 도난 방지 기술마저 버릴 수 없었나봅니다. 마치 브레게 시계의 다이얼에 브레게라고 새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 ‘행복’의 심볼은 오늘날까지도 자케드로의 모든 시계에 남아 그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위 시계를 차고 한 친구와 만나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크로바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더 알고싶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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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의 조작감은 묵직합니다. 수동으로 무브먼트를 감을 때에도 자동감기 무브먼트의 ‘고유의 소리’라고 생각했었던 서걱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분명 자동감기 무브먼트를 만지고 있다고 생각이 듦에도, 이는 자동 무브먼트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수동 무브먼트처럼 배럴이 풀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래치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위의 시계는 그동안 보아왔던 수십, 수백 개의 시계와는 다른 이질감이 느껴지는 듯 한 인상을 받습니다. 묵직한 토크는 베럴이 다 감길때까지 거의 힘의 크기의 변화 없이 일정하게 감기며, 핵기능 없이 시계가 조작되기 때문에 시간을 조작함에 있어서도 베럴의 토크가 그대로 전달되기에 정교한 조작이 가능합니다. 듀얼베럴 워치가 가지는 묵직한 토크와 감기를 시도했을 때의 정숙성은 위 시계가 단순히 시각적 만족감을 고려해서 완성된 시계가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예쁘다’ 이면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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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케 드로의 아이보리 에나멜은 제가 시계를 좋아하고 난 뒤부터 꼭 한 번 만져보고, 앞에 두고 생각해보고 싶은 시계였습니다. 무엇이 이 브랜드를 이렇게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그 이유가 그저 단순한 ‘아름다움’ 때문인지, 가차없이 손을 대보고 싶었습니다. 보통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구상을 해놓곤 하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예쁘다’ 라는 말을 길게 써볼까 고민한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미 리뷰 할 시계에 대해 이미지를 많이 참고했었기에 그놈의 ‘아름다움’에 대해 면역이 되었기도 했었습니다.) 한 마디로 처음 화이트 에나멜을 받았을 때 제 심정은 칼부림을 고민하는 망나니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랬던 제 첫 마음과는 달리 피에르의 철학은 너무나도 순수했고, 그의 철학을 이어가고 있는 화이트 에나멜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14▲   오른쪽 백윤석 닮은 아저씨가 피에르 자케드로입니다.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두루삼아 감삼다가
가다가 한가운데 뚝 끊겨지옵거든
호치단순(晧齒丹脣)으로 홈빨며 감빨아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두끈 마조 잡아
배 부쳐 이으리라.

저 모시를 우리도 사랑 그쳐갈 제
저 모시 같이 이으리라.

– 미상

화이트 에나멜을 보다보니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녀리고 여린 옥 같은 손이라는 말로,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가 떠올랐고, 섬섬옥수가 어디서 떠오른 생각인가 했더니.. 중학교 때 닳도록 외웠던 시조 중 하나였습니다. 위 시조의 의미는 “님과의 영원한 사랑을 ‘열거법’과 ‘반복법’을 이용하여 모시에 빗대어 설명한 시조로써….어쩌구.”

내려놓고,  그랑드 스콩드 아이보리 에나멜은 아름답습니다. 세상에는 단순히 예쁜 시계나 개념시계도 많이 있지만, 시계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야 할 시계도 있습니다. 엄마가 사준 추억의 손목시계. 내 첫사랑이 예쁘다고 말 해줬던 시계. 군대에서 찼던 쥐샥 시계 등.

이 시계는 시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한 시계이며, 아름다움 그 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시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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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케드로 그랑드 아이보리 화이트 에나멜(39mm) J014014201

리뷰 협조

Draw a circle
(02-310-1650)

촬영
2nd Round Studio
김두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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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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