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마감하며

느새 4월을 마감한다. 나는 수습 직원에서 정직원이 되었고, 남의 돈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를 배웠다. 또한 ‘나’라는 존재는 생각하는 것보다 부담감 때문에 피로를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존재가 지속해서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타자가 필요한가를 배웠다.

“당신에게 직장은 배우기만 하는 곳인가요?” 면접 때 가장 많이 듣고 나를 당황하게 한 질문. 나는 대화를 형이상학적 방향으로 끌어가 버린다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확장하며 대홧길을 여는 타입인지라 상대가 작정하고 심어둔 지뢰를 놓치는 일이 없이 꼼꼼히 밟는다. 이렇게. 쾅. 저기 날아가는 저것은 내 발목이다.

직장은 배우기만 하는 곳인가? 후에 알게된 바에 의하면, 다른 사람들은 “나도 기여할 거예요!”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도 들었다. 적당히 실망했고, 적당히 눈 감고 넘어가기로 했다. 내 일도 아닌걸. 그리고 어차피 잘난 너는 나보다 잘 나갈 거다. 그게 믿음이다. 병신같은 놈들과 병신같은 내가 되지 않겠다는, 그런 믿음.

“너는 평생토록 한 번도 제대로 일을 한 적이 없었어. 누가 잘 해주면 더욱 밀어내고, 배척했지. 너는 사랑 받는걸 해 본 적 없고, 그걸 절대 절대 절대 받아들이지 않아. 네가 잘 하는 건, 다른 사람의 뒷모습이나 보는 일이지.”

“니가 날 어떻게 알아!”

“아주 잘 알지, 나는 너에 대해 모두 알아!”

“어떻게 니가 나를 알 수 있지!”

“왜냐면, 나는 너 자신이기 때문이야.”

욘두는 로켓의 보며 자신과 같은 눈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리곤 가장 필요한 때에 가장 날카로운 말로 그에게 쏘아붙인다. 마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내듯, 그는 아프지만 가장 필요한 말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맥락없이 흩날린다. 그것은 꼭 유리조각 같았지만, 박히고 보니 반짝이는 구슬이었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그것은 집합의 집합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며, 거북이 다리 아래 거북이를 놓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고뇌가 사소한 일마저 꼬아버렸다. 그래서 나는 평생 용서 받지 못할 일도, 반대로 내가 평생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할 권리도 있다고 믿었다. 그것들은 지금까지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그 벌 아래서 단내가 나도록 죄책감을 누렸다. 그러나 스스로 구원은 가능했다. 나는 이것을 정말로 늦게 깨달아버려서, 남들은 이것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길을 걷다 붙잡고 묻고 싶어질 정도였다. 오랫동안 눌린 부위는 서서히 피가 돌면서 그 자국이 펴지는 중이다. 그러나 너를 닮은 사람을 보면, 나는 아직도 그곳을 한참동안 초점을 잃고 응시한다. 혹시나 너 일것만 같아서. 내가 아마도 평생을 용서 받지 못할. 그래서 타자에 의한 구원은 절대 불가능한 너의 존재. 그런 아름다운 너 일것만 같아서. 진짜 너 일까봐.

프랑스제 안경 한 장, 그림 두 점, 나이키 두 켤레, 공기청정기 두 대, 27인치 모니터 한 대, 오메가 쓰리/실리마린/루테인 미국발 약통 네 병, 그리고 책 열세 권.

지난 네 번의 월급으로 바꾼 재화의 목록. 물건을 잘 사는 사람은 나르시시즘이 강하단다. 전통적 마케팅 지론이다. 이론에 의하면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비워지는 느낌을 견디지 못해서 물건으로 그것을 푼다. 나는 어떤 구원은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과정을 지난하게 쓰고 싶은데, 사실, 과정은 다 까먹고 결론만 남았다. 나는 이제 나를 적당히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늦었지만, 함께 할 사람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정말로 너무 늦지만은 않았길 바란다. 봄날은 갔다. 500일의 여름도 갔다. 유지태와 조셉 고든 레빗의 서사는 어두워지며 시작된다. 내 삶은 영화일까, 현실일까 결정론적 운명일까. 스포일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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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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