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행(首尔夜行)

 

제는 서울의 일부를 걸었어요. 혼자 있는 방 안이 너무나 답답해서, 나는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밖으로 나가면서 휴대폰에 익숙한 이들의 번호를 적었지만, 대뜸 “나와, 걷자.” 차마 말 못 하여 혼자로 했어요.

집에 가는 사람들, 산책 나온 부부, 운동하는 사람들, 음악을 듣는 사람들. 그-물-결 속에서 혼자가 아닌 듯 유사 위로를 받으니 나는 그들에게 민폐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미안하면서도 계속되는 위안은 기댄 머리를 떼이기 싫어 자는 척하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공원을 다섯 바퀴나 돌았습니다. 한 여름에 산책을 했더니 밤이라 해도 몸은 금세 덥혔어요. 트위터를 조금 확인했고, 마음을 몇 개 눌렀죠. 그래도 헛헛한 마음은 계속 들이쳤어요. 나에게 감정이 있다면, 희망, 사랑, 빛, 크리스마스- 같은 것은 왜 그리 잘 느껴지지 않는지. 신이 약간은 미웠어요. 만약 그 이가 내 옆에 있었다면, 나는 집게 모양을 해서 그의 살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을 겁니다. 그렇게 지질한 마음 안고 들어와 햄버거를 시켰어요. 우적우적. 고무를 씹듯 삶을 살고 8,600원으로 잠시 쓸쓸한 마음을 망각하는 삶. 나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은지, 육체는 어떠한 미동도 없어 마음만 심하게 요동칠 뿐입니다.

오늘은 길을 걷다가 데미언 라이스의 노래를 들었어요. 그것은 오래전에 내가 넣어 두었던 mp3. 언제 넣었는지도 모르는데, 오늘 만나네요. 그의 목소리는 지난날 열렬히 마음을 떼어 주었던 이를 다시 불러오는 듯했어요. 사랑했던 사람은 내 쪽으로 힘차게 달려와서는 철썩하고 힘껏 뺨을 후려갈긴 다음 그대로 갈 길을 가 버리죠. 나는 얼얼한 뺨을 부여잡고, 말할 곳 없는 방향을 향해 돌아보며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고 마음 아려합니다.

잠이 들어 버릴 것 같아요.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다 보고 자야지 했는데. 내 의지는 이렇게 박약하죠. 이제는 몸을 누였어요. 휴대폰 속 타임라인은 이미 확인한 것들. 인터넷으로 삶의 공간은 충분히 확장된 줄 알았는데 그래도 대화할 누군가가 없으면 이렇게 부족함을 느껴요. 거의 무한한 공간에서 내가 보는 면은 극히 일-부. 내가 걸었던 서울도 극히 일-부. 내가 만나는 사람도, 그리워하는 사람도 극히 일-부. 나는 그 일부가 너무나도 소중해. 다 내가 차 버린 것들이지만 그래도 너무 소중해. 그리고 안-녕. 혹시 모르니까 미리 인사할게요. 너무 졸려서 의식은 흐릿해져.

나는 이렇게 잠이 들면 홀로 웅크린 채 내일을 맞이할 거예요. 당신도 그런 적 있겠죠. 그래도 시간은 갈 거야. 군복 입던 때에 열심히 되뇌던 말인데. 나의 인생에 대고 그걸 말하기에, 나는 너무 불쌍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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