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마감하며

월엔 낮/밤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많은 일이 있었다. 종류도 다양해서, 애정에 관한 것이 두 건, 글과 관련한 것이 세 건, 업무와 관련한 일이 두 건 정도 있었다. 이렇게 정리하니까 팔월은 232 인생이다. 나는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멍하니 웃음 지었다. 나란 존재, 힘들긴 했는지 친구들을 많이 찾았다. 친구들도 나를 찾았다. 나는 속으로 ‘(내가) 어지간히 징징댔나 보다’ 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았다. 고마운 형, 누나, 동생, 동갑내기들. 나랑 밥도 먹어주고 말이지.

애정을 먼저 이야기할까. 나는 당분간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은 지금 함께 있는 이들로 충분하다. 그들이 각자 뿔뿔이 흩어지는 저녁 시간은 외로워도 견디기로 했다. 나의 외로움은 대부분 육체적이고, 그중 몇 시간에 한해서는 정신적인 것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나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을 포르노그래피로서 소비해선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인(동성/이성)의 애정사에 대하여 알기 없기, 관계에서 사생활을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사용하지 않기, 미끈한 사람을 신성시하지 않기 같은 것. 이것은 말이 쉽지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 우리는 포르노그래피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늘씬하고 다부진 연예인-인간이 상품으로 소비되는, 수북한 털이 미관을 해치는, 불볕더위에도 보송보송한 옷이 미덕인, 말이 안되는 속도로 택배를 받는, 매끄러운 진행이 당연시 되는, 초광속 인터넷과 렉 없는 시대는 포르노그래피 시대의 단면이다. 이런 세상에서 삐걱대고 엉성하고, 잘 넘어지는 것, 자주 울고, 욕지거리 하는 것은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이다. 나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존재로 남기로 했다. 대신 천천히 스미는 일을 늘리기로 했다. 폭풍처럼 휘말리는 관계 말고. 놀림당해도 탈탈 털고 배시시 웃을 수 있고,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이 있어도 계속 만날 수 있는 관계를 늘리기로 했다. 그래서 관계를 정리하고, 관계를 단단히 하고. 그리고 어떤 관계는 이전처럼 열어두기로 했다.

글도 참 많이 썼다. 이번 달에만 십이만 자를 썼다. 초고를 마쳤을 땐 지존 명작 난 줄 알았는데, 재탕, 삼탕을 거듭할수록 부끄러운 부분이 계속 나오더라. 지인 중 일부에게 성취감을 나눈답시고 초고를 보냈는데 조금 후회했다. 그렇지만 괜찮다. 잘 고쳤고, 고치는 중이고, 건설적 비판도 받았다. 덕분에 출퇴근길에도 원고를 보느라 눈이 욱신거리는 증상이 생겼다. 쉬니까 금방 나았다. 아직까진 노화가 덜 왔다. 할 만 하네-했다. 나의 부족한 글을 좋아하는 이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응원을 실어 주신 분께도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참 감사합니다.

일? 즐거운 한 달이었다. 나는 포르노그래피 시대에 적합한 노동을 실천하는 중이었고, 살짝 뜨거워질 뻔했다. 존재는 열이 나면 실수를 한다. 다행히 머리를 잘 식혔다. 모두 동료들 덕분이다. 업무는 할수록 배려받는 기분이다. 감사하다. 아직 봉합되지 않은 것들이 몇 있지만, 그것은 이성적으로 마무리하면 될 것이다. 여덟 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수직 성장했고, 이제 끓는점에 들었다. 이것의 길이는 나의 의지에 의해 연장될 수도 있고,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다만 상승하는 순간이 오면 나는 증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시대정신(zeitgeist)도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게지.

글도, 일도, 자신도 바쁘게 돌리다보니 절절히 느끼게 되는 것이, 아무리 제 작업이 구려 봬도 업데이트가 없으면 그것은 죽은 것이라는 선언이다. 삶을 느끼고 싶다면 후퇴해도 괜찮으니 계속 변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땅에 머리가 처박히고, 벽을 받고, 어떤 날에는 피가 철철 나는 일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론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머리 좋고, 재고, 계산하면서 팔, 다리 잘린 양하는 사람보다 나는 이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전자의 인물은 ‘시스템 속’에서 빛날 것이니 그쪽에서 자신의 비교 우위를 찾으면 될 것이다.

엄마는 내가 연락이 안 될 때면 으레 바쁘겠거니 하신단다. 월말 통화 중에, “OO는 하는 일이 생기면 연락부터 뜸해지는걸?”하셨다. 스무 살 때부터 듣던 말이다. 나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래도 바쁜 거 다 끝나면 엄마부터 찾아요”했다. 두 사람은 수화기 너머로 아이처럼 웃었다.

그대가 나를 잘 알던 그렇지 못하던, 랜선 인연이던, 실제 인연이던,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인간이여. 나를 용서하소서. 신께 용서를 구하는 것은 나의 일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랑 나를 용서해주소서. 내가 감히 존재의 옆으로 다가가 머리를 기대어도, 그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계속 내게 채찍질 하소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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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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