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내가

아름다운나타샤를사랑해서

오늘밤은푹푹눈이나린다

나타샤를사랑은하고

눈은푹푹날리고

나는혼자쓸쓸히앉어소주를마신다

소주를마시며생각한다

나타샤와나는

눈이푹푹쌓이는밤흰당나귀타고

산골로가자출출이우는깊은산골로가마가리에살자

눈은푹푹나리고

나는나타샤를생각하고

나타샤가아니올리없다

언제벌써내속에고조곤히와이야기한다

산골로가는것은세상한테지는것이아니다

세상같은건더러워버리는것이다

눈은푹푹나리고

아름다운나타샤는나를사랑하고

어데서흰당나귀도오늘밤이좋아서응앙응앙울을것이다

, 백석(1938)

 

 


나는 술을 잘 하지 못하지만, 술을 마시고픈 밤이 어떤 날인가를 잘 안다. 그것은 나의 기운이기 때문이다. 신경림의 싯구 같다. “가난하다고 하여 어찌 사랑을 모르겠는가” 하는 말이다. 술을 잘 못한다고 하여 술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리라. 마찬가지로 사랑이 서투르다 하여 사랑하는 당신의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석이 말하는 나타샤는 나의 사랑. 백석의 가난은 나의 모자람이다. 나는 이것들을 둘 다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쓰리다.

영어 표현은 없는 것을 소유하는 식이라 흥미롭다. 가령, ‘나는 잘 모르겠어’라는 말을 ‘I have no idea’라고 써서, 생각이 없음을 소유한다 표현하거나,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nobody loves me’로 표현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자’임을 지칭한다. 마치 영어는 공허함 마저 자신의 것이라고 규정하는듯 하다.

백석의 시 처럼, 영미의 표현법처럼. 부족한 것은 모두 나의 것이고, 공허도, 유한함도 모두 내 세 치 혀 아래에 있다. 눈발에 깔리고, 세찬 바람이 불어도 당신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생애엔 쨍 하고 금이 간다.

Advertisements
소고

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