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을 마감하며

떤 밤, 별이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창밖으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바깥으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 무리 속에서 별이니 추락이니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인파를 비집고 소리의 근원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신발 밑창 사이로 모래 갈리는 소리가 났다.

처음 듣기에는 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여럿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소리의 진원지로 다가갈수록, 그것은 한 사람의 목소리로 모였다. 그의 목에선 작은 모루에 망치를 치는 듯, 약하고 쨍한 쇳소리가 났다. 목소리로 판단하건대 나이가 제법 되는 사람 같았다. 그렇지만 소리엔 아직 총기가 남아있었다. 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나는 둘 사이에 있는 사람을 두엇 더 제쳤다. 별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입가가 커튼 뒤 풍경처럼 흘긋 보였다. ‘몇 걸음만 더!’ 나는 사람들 사이로 손을 넣어 몸을 비집었다. 그때. 갑자기 그가 하던 말을 멈췄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나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비록 시선은 앞사람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음을 육감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돌처럼 자리에 굳었다.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내 시선을 유도하듯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검은 하늘뿐이 없었다. 나는 고개를 살살 돌려 무엇이라도 찾으려 했다. 그렇지만 하늘에는 별 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검은 시야를 뚫고, 그의 목소리가 감각을 파고들었다.

“별이 하늘을 갈랐습니다.”

나는 어두운 하늘 위로 상상의 궤적을 하나 그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별은 하늘에서 두 갈래로 쪼개졌어요. 별 파편 하나는 깊은 산속으로, 다른 한 파편은 건너편 공터 방향으로 떨어졌어요.” 그가 말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는 하늘 위로 양 팔을 뻗더니, 한 팔을 선산 쪽으로 그리고 다른 한쪽 팔을 건너편 공터를 향해 지시하듯 가리켰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람들은 세 무리로 갈렸다. 하나는 산속으로 파편을 찾으러 가는 무리, 그리고 건너편 공터를 향하는 두 번째 무리, 마지막으로 합리적 의심을 거두지 않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무리였다. 나는 산행을 선택한 인파에 섞여 들었다. 우리는 그가 했던 말을 따라 별의 궤적을 쫓았다.

숲 속을 헤쳤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얼굴 깨로 내려온 나뭇가지를 제치고. 자작나무 위에 손을 얹어서 그것을 지렛대 삼아 힘을 얻었다. 입김이 굴뚝처럼 피었다. 부츠를 신은 발걸음에 흙덩이가 차였다. 숨이 살짝 가빴다. 언제쯤 운석을 만날 수 있을까. 기약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때, 아이와 함께 산을 오르는 엄마를 만났다. 아이는 핑크색 패딩을 입고, 모자를 이마까지 푹 내려쓰고 있었다. 엄마는 무릎 깨까지 내려오는 감색 코트를 입고, 아이의 손을 손목까지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도란도란 산책을 하듯 별을 이야기했다. 아이는 별이라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벼-얼?”하는 소리를 내며 애기구름만한 입김을 뿜었다. 그리곤 엄마를 잡은 손이 비틀어질 만큼 몸을 돌려 운석을 찾았다. 나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미소로 우리가 함께 하고 있음을 화답했다. 그때, 머지않은 곳에서 “와아”하는 함성 소리가 들렸다.

“저 쪽인가 보다.” 엄마는 아이를 잡고 있는 반대편 손을 들어, 소리가 나는 곳을 가리켰다. 나는 둘을 따라 걸었다. 그곳에는 맨 처음 만났던 무리가 작은 원을 만들고 있었다. ‘별이다!’ 나는 심장 소리와 걸음이 동시에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별. 그것은 이름 모르는 야생 동물이 파 놓은 구덩이 같은 것 위에 툭 하니 올라 있었다. 돌은 아이의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였다. 모락모락 오르는 증기와 손전등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표면이 그것이 미지에서 갓 떨어졌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돌은 새까맣고 단단해 보였다. 우리는 증기가 다 식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경찰이 도착했다. 별 무덤 주위로 노란 폴리스 라인이 둘렸다. 우리는 세 걸음 정도 뒤로 밀려나서 별을 관찰하다가, 그것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 보일 무렵에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그제서 휴대폰 플래시가 계속 켜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플래시를 끄기 위해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이 뱅글뱅글 돌면서 전원이 꺼졌다. 배터리가 나갔다. 당황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을 기웃거렸지만 왜인지 쑥스러워 말을 걸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무리 중 수가 많은 인파를 따라 산을 내려왔다. 지리가 기억날만한 거리까지 가까웠을 때, 나는 집으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되돌아가나 숨이 막혔다. 그때 앞을 걷던 이 중 한 명이 뒤를 돌았다. 그 사람은 별이 떨어지는 궤적을 따라 처음 모였을 때, 연설을 하던 그 노인이었다. 그는 나를 기억하는 듯 친숙하게 말을 걸었다.

“혼자서 별을 찾아왔나 보죠?”

“네.” 내가 말했다.

“막상 보니 어떤가요?” 그는 내 옆을 나란히 걸었다.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내가 말했다.

“음. 가는 길이 막막하진 않은가요?” 그가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렸을 적엔, 별이 떨어진 자리에서 사람이 자란다는 전설이 있었어요. 자네같이 젊은 사람에게는 제 말이 허무맹랑하게 들리겠네요. 그렇지만 내가 어릴적에는 별이 그만큼 많이 떨어졌고, 그것은 하늘에도 수 없이 많이 달려 있었어요. 마치 풍성하게 익은 과실수에서 익을 대로 익은 과육이 떨어지는 것처럼요. 어렸던 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든 유성우가 새로 태어나는 영혼의 씨앗이라고 굳게 믿었어요.” 그는 턱을 가늘게 치켜들고, 도로와 하늘이 사라지는 지점을 지긋하게 응시하며 말했다.

‘요즘엔 그 영혼 위로 폴리스 라인이 둘러지는군요.’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노인은 내 곁에서 함께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자마자 사라졌다. 집까지 걸음으로 십여 분 정도 남았을 때였다. 몇 시나 됐는지 물어나 볼 걸 그랬다. 이제는 가로등이 모두 꺼지고, 세상이 모두 푸르스름하게 덮이고 있었다. 이 시간엔 개도 짖지 않는다. 나는 행여 깡통이라도 차는 바람에 타인의 단 잠을 깨우진 않을까, 바닥을 보며 걸었다. 혼자된 걸음, 그 보폭 사이로 허망한 감정이 밀물처럼 달려들었다.

철컥. 철문을 밀고 들어와 신발을 벗었을 때, 거울 앞에는 남색 떡볶이 코트를 입고, 양 볼이 빨갛게 익은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그는 아무 상념도 감정도 없는 표정이어서, 무심하다 표현하는 것이 꼭 적절해 보였다. 나는 그의 흔적을 제치고 침실로 들어가 몸을 눕혔다. 누워서 보이는 창가로 새벽 기운이 커튼을 밀어낼 듯 넘실대고 있었다. 몽롱해지는 정신을 따라 몸에 힘을 풀었다. 어깨가 스르르 풀려 침대 위로 늘어졌다. 정신은 꿈결을 부어 놓은 용기에 적셔진 것처럼 환상에 젖었다. 일렁이는 파란빛 너머로 파도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위에 흩어지는 물거품처럼 의식을 잘게 부쉈다. 그러다 파도 소리 위에서 한밤중에 만났던 별을 생각했다, 별 표면에서 자라나는 사람을 상상했다. 나는 하늘에 나의 영혼을 잠시 매달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깼을 때, 나는 모처럼 아무런 방해 없이 깊은 잠을 잤다는 것을 알았다. 해가 중천이었다. 사선으로 침대를 내려와서 기지개를 켰다. 어젯밤 내가 잔뜩 젹셔온 새벽의 푸른 기운은 햇살 앞에 흔적도 없이 말라버린 듯했다. 나는 죄수처럼 고개를 삐딱하게 들고, 화살처럼 떨어지는 햇살을 맞았다. 따스한 볕은 감긴 눈꺼풀을 꿰듯 관통했다. 지난밤에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노인을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의 쇳소리 나는 목소리와 영혼에 대한 이야기 말고, 외형적인 부분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하품이 길게 났다.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누였다. 바닥은 몸에 남아있는 작은 개운함마저 먹어버릴 기세로 나를 뒤로 끌어당겼다.

몸은 개운하면서도 정신이 몽롱했다. 힘 없이 추락한 육신 위에서, 나는 산속으로 떨어진 별에서 어떤 사람이 자라났을지. 그리고 다른 마을로 떨어진 별 위에선 과연 어떤 영혼이 자라났을지를 상상했다. 운석을 보았던 짧은 순간이 긴 피로감과 경험으로 남았을 때, 노인은 어떤 기억을 선별하고 되살려 그것을 추억으로 승화했는지.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지루함보다 의미가 더욱 커서 다시 한번 추위를 뚫고, 긴 거리를 걷기로 한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 하늘 위로 잠시 달아두었던 내 영혼이 미처 내려오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내게로 떨어지는 대신, 지구 반대편 어디선가 떠오르는 장면을 상상했다. 나는 긴 한숨을 혜성 꼬리처럼 불다가, 다시한 번 눈을 감았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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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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