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듣는 음악: 강아솔

최근엔 강아솔씨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요즘 듣는 음악’이란 시리즈로 처음 DPR 라이브를 추천할때는 문어체로 리뷰하듯 딱딱한 소개를 드렸는데요, 무겁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요즘엔 그냥 이런 음악을 듣고 있어요” 혹은 “이런 가사를 읽고 위로를 받고 있어요” 하는 느낌으로 뮤지션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강아솔님은 어쿠스틱 싱어송 라이터입니다. 방금 이 말을 적다가 어쿠스틱을 어쿠스’킥’이라고 오자가 났는데요, 어쿠스킥이라니. 혼자서 킥킥대느라 글을 다 못적었습니다. 다시 말을 이어갈게요. 아솔님의 음악은 감정의 파고가 잔잔하고, 조곤조곤 바람으로 꼭꼭 채워져 있다고 요약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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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 보면 ‘극적 순간’을 만나게 되는데요. 저는 이런 부분을 만나면 물을 막 머금기 시작한 스펀지처럼 스토리에 빨려들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네 일상과의 괴리가 심하게 느껴저서 어색하곤 합니다. 운명같고 말도 안 되는 일들, 사실 우리 세상 살면서 몇 번 없잖아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락이나 힙합처럼 ‘쎈’음악을 듣지만 그 음악을 여섯 시간이고, 여덟 시간 동안이고 길게 듣지 못합니다.

그런데 제게 강아솔님 음악은 달라요. 어제는 이 한 곡을 반복 재생에 놓아두고 집 안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밥을 지어 먹고, 기사를 읽고 그렇게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사를 옮겨 볼게요.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어느 때보다 그대 정직한 사람이길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어느 때보다 그대 여린 사람이길

거짓된 마음들이 돋아나는 세상에 살며
아플까 날 감추는데 익숙해진 건 아닌지

그대여 난 온전한 그댈 원해요

그대 내게 언제나 정직하기를 원해요

늘 몰래 삼켰던 그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 해 주세요

다시 한 번 적게 되네요.

“그대여, 난 온전한 그댈 원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인지 쑥스러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말. 그렇지만 속으로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읊조릴 것 같은 가사입니다.

어릴적 저희 부모님은 제게 ‘정직’을 강조하셨어요. 두 분은 제가 평범하게 지내는 때에도 정직하라고 늘 말씀하셔서, 저는 반대급부로 ‘정직이 그렇게나 주입당해야(?) 할 말인가?’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정직하기란 쉽지 않더군요. 거짓을 말하지 않음에도 입 밖에 낼 수 없는 어떤 말. 본심을 숨기고 침묵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 중 몇몇이 제때 발화하지 못할 때, 가책은 먼지처럼 마음 위로 쌓였습니다.

아솔님의 팬 분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제게 아솔님 음악은 아프면서도 따뜻한 슬픔이예요. 제게 아솔님 목소리가 꼭 봄비 같습니다. “토독토독” 아스팔트 바닥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요. 그것은 때론 흐느낌같아 저를 슬프게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따뜻한 나머지 그 자리를 차마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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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내가 되고 싶지만 절대로 될 수 없는 어떤 모습이, 갖고 싶지만 절대로 가질 수 없을 것 이 있습니다. 플라톤은 그것을 이데아라 불렀고, 이상 시인은 그것을 향해 한 번만 더 날자며 손가락을 뻗었더랬죠. 아솔님의 서정적인 가사가 제게는 이를 수 없는 아름다움 같아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다 알고 있어도. 그럼에도 저는 아솔님 음악을 떠나지 못하고 있네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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