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아이린 | GQ Korea

여름이다 싶을 때가 있다. 날짜가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냄새가, 사람들 걸음무새가, 손바닥으로 부채를 만들어 부치는 옆자리 사람이 눈에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아이린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사람은 신기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생각이 나는 것이, 애정하는 대상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촬영하는 동안 날씨가 확 바뀌었어요. 들었어요. 밖에 비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별로 감흥이 없는 말투네요. 지금 무슨 생각해요? 오늘 제가 처음으로 혼자 온 거 같아요.

아, 혼자서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군요. 설레었는데, 그냥 설레기만 했는데, 어젯밤엔 한 숨도 못 잤어요.

그 기분을 알 것도 같은데, 사실 전혀 모르는 거겠죠. 혼자서, 혼자 하니까….

말을 거르려고 애쓰지 말아요. 그냥 편안하게 해요. 예전에는 뭔가를 혼자 하면 좀 불안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표현한다는 것이 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이 촬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정말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멤버들이 없어서 외롭다거나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인터뷰가 잠시 멈췄다. 아이린은 천장을 보고 있다. 비가 퍼붓는 일요일 저녁. 나오는 눈물을 굳이 참으려는 아가씨가 여기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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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몇 살쯤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요? (한참 말이 없다.) 저는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요.

재미있네요. 옆에 어떤 남자가 서 있으면 어울릴까 생각해보니 나이가 꽤 많은 사람이 떠올라요. 저는 따뜻한 분이 좋아요. 눈빛이나 행동이 따뜻하신 분.

자기한테 막 잘해주는 거랑은 다른 얘기 같네요. 맞아요. 의자를 빼주면서 막 챙겨주는 건 별로예요.

큰 나무 같은 사람. 맞네요. 항상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몰라서, ‘큰 개’ 같은 (웃음)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제가 나무 사진 찍는 걸 참 좋아하는데.

휴대전화에 가장 많이 있는 사진은 어떤 거예요? 하늘이랑 나무요. (대뜸 휴대전화 사진첩을 보여준다). 저는 하늘을 정말 자주 봐요. 연습생 때는 그네를 정말 오래 탔어요. 근데 이런 얘기는 정말 처음 해보네요. 내 얘기를 이렇게 하는 건….

그러려고 인터뷰를 하는 거죠. 연습 끝나고 그네를 서너 시간씩 탔어요. 그때 하늘을 봤어요. 별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 뒤로 하늘을 자주 보게 됐어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하늘을 봐요.


인터뷰를 읽다 보면 함께 앉은 자리에서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당신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당신은 얼른 눈물을 훔치고 다시 웃어보인다. 눈물로 얼굴이 번져 지워진 당신의 얼굴이, 고개를 숙여 발 끝만 바라보는 나의 초라함이 생각이 난다. 장면은 내가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기도, 나의 자화상같아뵈기도 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혹시, 당신께도 어느 계절인가 당신의 집 앞을 찾아와 마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나는 문득 묻고 싶어져서.

초여름, 아이린 | GQ Korea 인터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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