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마감하며

미 인간을 상상합니다. 그는 날카로운 화살촉 위에 양 발을 올리고 스프린트 자세를 취하죠. 시위는 끊어질듯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팽”하는 소리와 함께 장력은 단숨에 풀어집니다. 화살은 빚이라도 갚으러 가는 사람처럼 시원하게 앞으로 뻗어납니다. 화살촉은 바람을 날카롭게 찢어발기고, 파편은 개미 인간의 머리 위로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세차게 내리치는 풍속 때문에 그는 각막이 찢어질 것만 같아요. 그렇지만 눈을 감을 수는 없습니다. 바짝 웅크린 자세와 주먹이 희어지도록 한 가득 힘을 모으는 것, 그리고 가늘게나마 부릅뜨고 앞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개미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기 때문입니다. 그는 셋 중 하나를 포기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다가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줄어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괜한 오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거대한 자연이 하나의 큰 덩어리같고, 내 한 보폭은 유난히 작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종착지를 가늠하려 들지만, 산은 끝이란 생각조차 무색하게 우뚝 서 있어요. 산길을 따라 시선을 멀리 두면, 그 중턱에 구름이 끼어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가 여정의 끝일까 막연하다 생각하다, 내딛는 보폭, 한 걸음이 시덥잖게 느껴지는 바람에 그대로 산을 등지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잡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불안합니다. 거대한 덩치(mass)위에 따개비마냥 붙어있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는 기원을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날아와 날을 세우더니 조금씩 살점을 뜯어갑니다. 그렇지만 여정은 언제나 즐겁죠. 언제 떨어져 죽을지 모르는 길에서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누군가가 생기 가득한 미소를 띄고 있으면, 저는 그가 날이 바짝 선 칼이라도 쥔 것 같아 가슴이 뜁니다. 거대한 시스템 속을 함부로 가늠하며 강한 관점을 느슨하게 쥐고 있는 것이 좋아요. 태도가 형식이 되는 순간이란 모두를 위한 행사는 아닐테지요. 아무 의심도, 악의도 품지 않을 테니 다른 관점이라면 편하게 사라져주는것에 감사합니다. 착한아이 콤플렉스는 친구 보다 환자에 가깝고, 저는 그것을 병으로 여깁니다. 중지에 반지를 끼운 날이 좋아요. 이번달엔 유독 반지가 보인 날이 많아서, 저는 언제라도 추락할듯 설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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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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