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

는 내 방 책상. 마른 세수를 거듭 하다 이렇게 글을 쓴다. 진심을 다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언제 회상하더라도 마음이 아프다. 특히나 그 끝이 보이는 듯 할때가 더욱이. 사람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미소를 주고 받아도, 긴 호흡으로 말을 주고 받아도, ‘진짜’ 또는 ‘솔직하게’라는 대사가 오가도 그렇다. 그것은 오로지 충분한 분위기 속에서만 발산하고, 때가 되면 누가 신호하지 않아도 모두 그것을 공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때가 오기 전까지 내밀한 당신의 감정을 아는 이는 오로지 당신 뿐이다. 그리고 감정의 주인이 당신이라고 한들, 당신은 현관문 비밀번호를 치듯 당신의 감정을 원하는 때에 마주할 수 없다. 만나기 어려운 마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지하철 승강장처럼 당신을 건너다닌다.

여름이 끝나가는 요즘, 모기가 기승이다. 뉴스에선 이번 더위가 심해서 그렇단다. 계절이 한창일 때에는 모기가 번식하지 못하다가 하늘이 식으면서 잠깐 고개를 든 것이라고. 매스미디어는 그렇게 해충의 날갯짓 소리마냥 떠들었다.

때를 잊은 자아는 모기처럼 고개를 든다. 누군가의 진심을 마주할 때, 자아는 멀리서부터 내 쪽을 향해 미소짓는다. 여기서 누군가란 당신의 사랑일수도, 부모일수도, 원수일 수도, TV 속 경연 프로그램의 누구일 수도 있겠다.

당신이 가장 만나기 어려운 당신. 그것은 당신이 가장 연약할 때, 그제야 당신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나의 마음일랑 한 없이 물러져 간신히 덩어리를 잡고 있을 그 때에. 자아는 활짝 웃으며 단단한 손을 뻗어 가슴 속을 깊게 찌른다. 그것은 선의의 얼굴로 나의 가슴을 산산히 바스라뜨린다. 그리하면 나는 갖은 이유를 들며 아픔을 합리화한다. 예를 들어 “벌 받는 거”라거나, “내가 자초한 것”, 또는 “제 정신이 아니라서 그런” 것.

나는 언제쯤 나를 고백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까. 타자의 진심에 제 마음을 헤집은 나는 고백도 수습도 하지 못 하고 마음을 닫아버린다. 관심을 갈구하기엔 나의 진실은 비계가 두텁다.

사랑은 내게 너무나 멀었고. 쏟아지는 별의 숫자 만큼, 나는 당신께 유사 진심을 건넨다. 진정한 자신을 마주한 당신과 다르게, 나는 내게로 질투다. 나는 당신의 진실과 실체 사이에 거울로 선다. 나는 표면이 매끈한 은박처럼 영원히 가짜다.

의자 아래로 모기가 종적을 감췄다. 피부를 스치는듯한 불결한 날갯짓에 나는 손을 뻗어 허공으로 팔을 젓는다. 갑자기 신촌에서 호석이와 먹었던 살이 붉은 유케동이 떠올랐다. 어딘가 가라앉지 못한 분위기와 차분한 대화. 그럼에도 서로의 입을 타고 오가던 진실된 마음이, 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나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왼손을 발등에 얹고, 볼록하게 부푼 몸을 가라앉힌다. 컴퓨터를 끄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하자. 나는 유케동 시절을 재구성하며 내 앞에 놓였던 숟가락 하나를 상상한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그것을 끼우고 숟가락을 반복해서 뒤집는다.

이제 온수매트를 꺼내야 할 계절이 됐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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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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