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을 마감하며

녕 이란 말을 생각합니다. 안. 녕. 안녕이라는 말은 흥미로워요. 그것은 끝이 될 수도, 시작이 될 가능성도 충분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께 안녕을 고했고, 다시 한 번 안녕을 건네고, 먼 곳에서 당신의 안녕을 묻습니다. 내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당신의 공간에 찾아가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봅니다. 안녕이라는 단어에도 안녕을 고합니다. 어떤 단어는 가까워진 마음 거리에 비례하여 함께 사라지기도 합니다.

9월이 지나면서 날씨는 참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이번 여름은 더위에 고생이 한아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출근길 현관 문을 열자마자 외투를 꺼내러 다시 집에 들어갑니다. 지난 주말엔 창문에 걸쳐두었던 에어컨을 떼었어요. 여름 내내 그곳을 차지하고 있던 녀석이 떨어져나가니 텅 빈 공간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습니다. 나는 그것이 신기해서 몇 분이고 빛과 공기, 그리고 먼지를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안녕. 계절은 가고 아픔은 바쁨속에 씻겨나갑니다. 아픔은 언젠가 다시 저를 찾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괜찮을거예요. 적절한 때가 지나면, 저는 언제 그랬냐는듯 웃음으로 아픔에게 안녕을 고할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별 거 아닌 것에도 잘 웃는) 나를 보고 웃는 당신을. 남들보다 말이 조금 빠르고, 생각은 두루뭉술하며 표정이 다채로운 저를 걱정하는 당신을요. 언제나 그랬듯, 저는 늘 나름의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능숙하지 못하고, 그건 조금 속상한 일이에요.

창 밖으로 가을 바람이 뺨을 어루만집니다. 어디서 떨어진지도 모르는 낙엽이 발 밑에 채입니다. 그것은 바삭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쓸고다닙니다. 안녕. 말린 장미같은 진한 마음을 지닌 당신. 나는 당신께 인사를 건네려고 휴대폰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습니다. 잠시 먼 곳을 바라봅니다. 기분은 맑아서 하늘이 높네요.

Advertisements
소고

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