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듣는 음악: 멋지게 인사하는 법(Hello Tutorial)

 

자이언티가 앨범을 냈습니다. 앨범 전체는 여전히 자이언티의 것 입니다. 자이언티의 리듬, 자이언티의 목소리, 자이언티의 톤, 그리고 자이언티의 라임까지. 그런데 이 아이덴티티에 긍정적인 평을 할 수 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바꿔말하면 이번 앨범 수록곡과 기존 앨범에 있는 곡을 뒤섞었을 때,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어떻게 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유보합니다.

그렇지만 <멋지게 인사하는 법>은 좋습니다. 자이언티가 주제에 충실한 가사와 분위기를 잘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이 곡의 영어 제목은 <Hello Tutorial>입니다. 가끔은 한글로 표현한 것보다 영어의 어감이 더욱 가까이 와닿을 때가 있는데, 이번이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안녕을 말하는 튜토리얼이라니요. 제목부터 마음에 듭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 어떤 것에 대한 두터운 매뉴얼집이라도 발견한 기분입니다. 예를 들자면 숨을 쉬는 방법이나 물을 마시는 방법에 대한 크고 두꺼운 논문 같은 것.

자이언티는 좋아하는 여성에 대한 마음과 실재의 엇갈린 표현을 노래합니다. 주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 여성의 시각으로 입장이 전이됩니다. 피처링을 한 슬기 분의 음색이 자이언티의 엉뚱한 분위기를 차분하게 정리합니다. 유튜브의 누군가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그 조수’라고 평을 했던데 그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이 곡은 마음속을 형상화 했다는 점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과 비슷합니다. 뮤직비디오도 그런 분위기가 물씬 담겨 있습니다. 게기판이나 기계 장치, 눈을 형상화한 창문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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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에 대한 오마주는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최근 이렇게 오마주 + 트리뷰트를 하려다가 대차게 망한 사례 하나가 생각나네요.

San E는 Childish Gambino를 트리뷰트하는 곡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힙합엘이에 있는 이 글(링크)을 근거삼아 산이의 오마주는 실패라고 평을 해 봅니다. 자이언티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급하게 마무리를 짓자면, 시대가 변하듯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독점사용, 변형 금지>에서 <변형 가능하되 오리지널리티를 인정하면 새로운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변주를 할 것이면 좀 제대로 하자-는 의미입니다.

다시 슬기.. 아니, 자이언티의 곡으로 돌아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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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마음이 불확실할 때 나의 표현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어떤 표현이든 엉성합니다. 문제는 엉성함을 의식하는 자아 때문에 다음 행동이 연쇄적으로 어설퍼진다는 것이죠. 불확실함에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모든 이의 태도가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심정을 음률위에 올리고, 가사를 붙여 노래한 자이언티와 슬기가 흥미를 돋웁니다.

자이언티의 이번 앨범은 피처링의 승리입니다. 슬기와 이센스, 오혁과 이문세의 참여는 스타일의 변화를 감지하기 쉽지 않은 자이언티의 곡에서 유독 빛납니다. 마치 밋밋한 황금색 케이지 위로 찬란하게 박혀있는 보석처럼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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