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블로그 이야기

월말 결산 글이 대부분이라 개인 블로그 같지만 사실 이 블로그는 문화 리뷰 블로그입니다. 이런 말도 너무 자주 우려쓴 나머지 클리셰처럼 들리니 넘어가도록 할게요. 모쪼록 내년에는 찍어둔 사진도 많이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2018년을 결산합니다. 캘린더를 넘기면서 지난 행보를 되짚어봅니다. 잘 한 일과, 아쉬운 일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아쉬운 일은 늘 잘 한 일 전 후로 발생했습니다. 아쉽기만 한 일이나 잘하기만 한 일은 없는 것 같네요.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니 마음을 주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올 한 해는 거짓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가족입니다. 바빠지다보니 올 한 해 가족들을 보러 거의 가지 못했어요. 송금만 꾸준했습니다. 내년에는 물리적으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길 바라요. 문화는 사람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에, 내는에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더욱 끌어안아야겠습니다.

이사

퇴사했니다 〉 이후로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 원래는 2부작으로 쓰려고 했는데, 이 포스팅도 밀려있었군요. 마치 오래동안 비워둔 집에 들러 청소를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퇴사 포스팅과 본 포스팅 사이에 회사를 두 번 옮겼습니다. 〈작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라는 포스팅때 나온 회사입니다. 이로서 중간 크기의 스타트업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모두 같지는 않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일반화 대신 포스트모템 하고 싶습니다.

세상엔 머리를 밀어 넣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때엔 “세상 모든 일이 그럴 것”이라 할래요. 그러니까 더욱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일을 직접 해 보기엔 시간이 모자랍니다. 따라서 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즐겁게 일하는 것이 가장 좋지 싶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어도 일 년 중 70%는 생각이 없다시피 보내곤 하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취미라도 한 가지가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거주지를 두 번 옮겼습니다. 이번 집은 출가 이후 5번째 입니다. 인턴때 경험한 해외 가옥까지 합하면 8번째 집 입니다. 주소지가 여덟 번 바뀌는 얘기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남기고 싶습니다.

이사는 파괴입니다. 이사를 하다 보면 제가 얼마나 많은 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지 깨닫습니다. 업무를 하느라 만들었던 수 많은 옛 문서들과 메모, 기록이 있고, 새 집으로 옮기면서 버리게 되는 물건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무손실 이사를 시도했습니다. 몇 번에 이사 끝에 무손실 방식은 새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새 공간에는 새로운 룰이 필요합니다. 거주지가 산악에서 해안으로 바뀌면, 산모기 퇴치제는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적응을 잘 해야 하는 이유는 안정감 때문입니다. 빨리 안정기에 들어야 다음 욕구를 쌓아올릴 수 있습니다.

앞서 이사는 파괴라는 말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괴를 두려워합니다. 파괴된 자리 이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새 공간이 필요합니다. “나 자신이야 말로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으니, 창조적 파괴(destructive destruction)를 무자비하게 실천할 수 있는 이 또한 자신입니다. (…) 그렇다고 해도 이번엔 이사가 너무 많았어요. 몇 달 간은 자코메티의 조각상처럼 살았습니다. 살아본 바, 나쁘지 않았지만 피로 회복을 위한 회복기도 필요하단 것을 기억합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몸소 영상으로 남겨 준 타노스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환경변화를 견딜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긍정이었습니다. 긍정은 텍스트로는 절대로 배우지 못했을 마음가짐입니다. 지난 자리에도, 앞으로 갈 자리에도. 그 가교를 건강하게 넘어갈 수 있는 태도는 긍정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로 많은 일을 치러주신 인기 님과 데빈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긍정으로 이 과정을 지날 수 있게 해 주신 틴틴께도 감사드립니다.

물건

공간이 바뀌면서 많은 물건을 버렸고, 많은 물건이 들어왔습니다. 다이슨 헤어드라이어와, 청소기를 두고 1년을 고민했습니다.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발뮤다 가습기는 구매한지 6개월이 지납니다. 모두 내년에는 사용기를 적어야겠습니다. 전자레인지도 참 편리합니다.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좋은 물건을 써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계학습을 빙자한 유튜브 머신인 데스크톱과 크롬캐스트, 아이패드 프로(구형), 빈티지 시계와 어메이즈 핏, 브롬톤과, 르노 안경은 올해 바꾼 좋은 물건입니다.

상반기엔 책을 썼고, 출판하기엔 모자랐을거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 IP가 될 날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요즘엔 다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책은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물건입니다.

저는 물건을 살 때 좋은 안목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따릅니다. 물론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없다면 고민을 시작하겠지만, 이 고민이란 것도 (기성품에 한해서) 인터넷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21세기에 ‘물건을 구매할 고민’이란 다른 ‘사람이 고민했던 흔적을 찾는’ 과정입니다. 지인의 속삭임, 구전으로 좋은 물건을 몰래 들이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그러나 구전으로 알게 된 최고의 취향도 있으니, 웹진 무구도란도란 프로젝트, GDF입니다. 두 글모임은 문자 그대로 알음알음 알게 되었고, 2018년 한 해 따뜻한 글로 마음에 남았습니다.

잠시 고민해 본 바, 최고의 취향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란 대중적인 브랜드를 검색 없이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 같습니다. 이들은 고민의 과정을 거쳐 결론이 난 사람들입니다. 좋은 고민으로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보섭과 백준이 형, 써니, 카일과 롤랜드에게 감사드립니다.

맺으며

기획 초안에는 사람 섹션이 있어서 결산에 도움을 주신 모든 이름을 부르고자 했으나, 인터넷 공간에서의 회고가 평가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짧게나마 이름을 남기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예은과 종호 써니 롤랜드 카일 데빈 틴틴 지호, 교철, 인식, 제욱 형님들 호석과 동빈 영산, 승주/남주형, 참외농장 식구들, 선혜 지혜 선생님과 원지 휘연 무무 세희와 유준, 지혜 유화 노랑이네 소여 생경 님 영훈 수민 종우 민기 보섭 성희 교수님 인기 님 백준 형 원준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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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2018년 블로그 이야기”에 대한 답글 1개

  1. 좋은 글 항상 감사해요. 이번 글은 정독하고 나서도 왜인지 모르게 다시 한 번 들러보게 되는 글이네요. 왜 책을 출판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경청한 뒤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소중한 글들인데 말이에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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