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지는 계절

가을은 다른 계절보다 콘크리트를 빠르게 익히고, 식힌다. 인간은 항온동물이기에 이 계절에 바깥을 걸으면 지구의 온도를 델타(delta; 변화량)값으로 느낄 수 있다. 햇살은 여름보다 뜨겁지도 않지만 겨울만큼 차갑지도 않다. 집에 오는 길에 혼네와 콜드의 노래를 들었다.

우리는 매일 하루씩 죽어가고 있다. 나는 날이 좋으면 이상하게도 죽음이 떠오른다. 그리하면 아름다운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안고 싶어진다. 현대 기술로는 아직 시간을 되돌릴 수 없어서 우리가 만나는 순간은 오직 단 한 번의 기회라. 햇살이 당신의 머리카락 사이로 스미는 시간부터, 대로변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우리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릴 때까지 걸었다. 아쉽다, 아쉽지 않다, 아쉽다. 오늘은 차가와지는 날 마저 아름다워서, 나는 우리에게 조금만 더 있자고 세 번쯤 더 졸랐던 것 같다(내가 기억하는 한).

노란색과 파란색은 보색이다. 흠뻑 익어서 머리 위로 떨어지는 은행은 노란색,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파란색이다. 둘은 이 계절을 대비하듯 축복한다. 이 계절은 돌아오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그리고 모든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기울은 햇살에 새하얗던 블루보틀 건물 벽면이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사람은 많았고, 큰 소리를 지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귀 기울이고픈 소리는 하나였다. 그것은 다른 소리와 희석되지 않아서, 나는 소음 속에서 오래도록 듣고 싶던 곡을 찾은 것 마냥 기뻤다.

차가와지는 계절. 나는 다가올 추위가 혹독할까 지레 겁을 먹다가 안경에 김이 서릴 만큼 훈훈한 어떤 공간에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추위를 뚫고 후후 불어가며 나눠먹는 따뜻한 음식, 온기를 찾아 모여든 무리들 속에서 유대하는 따뜻함을 생각했다. 횡설수설하다가, 웃다가, 숨을 쉬다가, 걷다가, 멈춰 서다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손을 흔들었다가,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는 돌릴 수 없는 시간을, 우리는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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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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