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는 길, 겨울이 오는 길.

영화 <500일의 썸머>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다. 그것은 주인공이 사랑했던 여름(Summer)이 가고 가을(Autumn)이 인사하는 모습이다. 이 씬은 영화인들에게는 사랑 또는 사람에 대한 비유로 읽힌다. 그렇지만 지금은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생각한다.

출근길, 높은 채도의 낙엽이 카펫처럼 깔렸다. 지난주만 해도 하늘에 붙어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은 어느새 바닥에 낮게 깔려 카펫처럼 채인다. 축축하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섬칫한 바람이 분다. 거리엔 두꺼운 옷을 두른 사람들이 이불처럼 떠다닌다. 기사님은 한겨울같은 난방을 켰다. 히터 열기를 한껏 받다 버스에서 내렸다. 바깥은 한껏 겨울이어서 나는 마치 따뜻한 품 속을 떠나 세상에 던져진 기분이다.

홀로세(Holocene)라는 말은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시기를 지칭한다. 이 시기엔 새를 제외한 모든 공룡이 멸종하고 인간과 빙하기가 있었다. 이 음악은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 오늘, 랜덤하게 내게 들렀다.

계절은 붙잡아도 머무르지 않고 반기지 않아도 나를 찾는다. 결국 어떤 계절이 좋고 싫음은 인간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존중받고 싶은 인간의 바람만큼, 계절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촬영지와 썸네일은 모두 아일랜드(Iceland)다. 자연은 영상보다 힘들테다. 매끄러운 영상은 이동과 노력 힘든 과정을 교차편집으로 이것을 가렸다. 그럼에도 언젠가 한 번 저 곳을 직접 걸었으면 하기도.

소고

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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