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9월 28일에 끝난 드라마가 다시 뜨는 이유

<멜로가 체질>은 드라마로, 2019년 9월 28일에 종영했다. 요즘 이 드라마가 다시 유행한다. 이유는 모른다. 모르는 게 있으면 이유를 알아야 할 텐데. 이유도, 원리도 궁금하다. 마찬가지로 BTS는 왜 급속도로 유명해졌고, EXID는 차트를 역주행했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어떻게 유명해졌고, 기생충의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는 어떻게 헐리우드에서 사랑받는 징글이 됐을까.
그 이유를 간단히 추정하자면, 디지털 미디어의 도달이 더 이상 동기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일것 같다. 만약 이 가설이 옳다면, 비동기적으로 도달하는 정보는 어떤 계층에/얼마나 깊숙이 들어서야 역주행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조사해 보고 싶다.

<멜로가 체질>은 JTBC 드라마다. 이것은 방송사 계보상 <청춘시대>와 <청춘시대2>를 잇는다. 두 계보의 작가와 감독은 다르다. <청춘시대> 시리즈는 박연선 작가의 작업이고, <멜로가 체질>은 이병헌 감독이 글과 연출을 맡았다. 이병헌 감독은 영화 <스물>을 만들었다. 그는 대사를 특출나게 잘 뽑는 인물로 유명하다. 이 능력은 드라마에서도 십분 드러난다. <멜로가 체질> 속 주인공은 모두 에너지가 넘치고, 입체적이며 입심이 좋다.

<청춘시대>와 <청춘시대2>가 기숙사, 캠퍼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청춘드라마 였다면, <멜로가 체질>은 직장 드라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주제가 직장이라 해서 <미생>처럼 어둡거나 막막하진 않다. <멜로가 체질>은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주인공은 젊은 패기로 동시대 장벽에 힘차게 머리를 부딪힌다.
드라마 주인공은 약 7명이다. 이들은 모두 굴곡진 개인사가 있다. 주인공의 수가 많다. 주인공이 많으면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흐르고, 병렬적 이야기는 산만해지기 쉽다. 산만함을 잡기 위해서 감독은 드라마적 허용을 최대한 끌어쓴다. 그는 1화와 2화에서 일련의 사건 하나를 풀고 등장인물을 한 공간에 모은다. 이야기가 일곱 가지라 산만해질거라면, 이들이 사는 물리적 공간이라도 같아야한다는 영리함이다. 게다가 모든 주인공은 “방송계 종사자”로 엮인다. 이것은 비현실적이지만 드라마 설정상 충분히 납득가능하다. 이병헌 감독은 시청자들이 재미만 있다면 드라마적 꼼수 정도는 너그럽게 이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행동한다. 그는 영리하고 능글맞지만 밉지 않다. 감독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십분 활용한다.
이러한 노련함 덕분에 시청자는 주인공이 바뀌고 주제가 달라지더라도 “하나의 공간”, “방송가 이야기”라는 맥락을 붙잡고 산만해진 정신을 다잡는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주제가 많아도, 흐름이 빨라도, 대사가 현란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다. 이병헌 감독은 대사를 아주 잘 쓴다. 그는 모든 인물의 대사가 유기적이고 입에 착 감기도록 발화를 조절한다. 이것은 그의 지난 작업이었던 <스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에서도 드러나는 공통 장점이다.
그러나 <멜로가 체질>에도 한계는 있다. 그것은 영화 속 주인공의 말빨이 좋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것은 이병헌 감독의 작품의 큰 약점이다. 작품을 생각 없이 보다 보면, 모든 등장 인물이 한 사람을 연기하는 것 같이 들릴 소지가 있다. 세상엔 말빨이 좋은 사람이 있다면, 굿-리스너(listener)가 있고, 수다쟁이가 있다면, 소심이도 있다. 그렇지만 이병헌 감독의 인물들은 모두 입 근육이 튼튼하고 활력이 넘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멜로가 체질>에서는 이병헌 감독의 약점이 드러날 일이 거의 없다. 이병헌 감독의 각본 구성 능력은 오점을 지적하기엔 인간 초월적이다. 대사나 연출에 예민한 시청자들도 이병헌 감독의 그것에는 혼이 쏙 빠진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약점이 약점이 아닐 수는 없다.

국내 드라마 중에선 추천할 만한 작품이 몇 없다. 필자가 드라마를 게을리 보기도 했고, 클리셰를 견디지 못하는 성격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청춘시대>, <청춘시대2>, <라이프>, 그리고 <비밀의 숲> 정도를 꼽는다. 현재 <멜로가 체질>은 16부 중 5화를 보고 있다. 이야기는 어찌 끝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멜로가 체질>이 최종화까지 현재 퀄리티를 유지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가 한 편 더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소고

장미라는 이름을 바꾸어 불러도 향기는 그대로 남는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