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ULTURE, 소설/수필, 음악

톰보이

나는 내 방 책상. 마른 세수를 거듭 하다 이렇게 글을 쓴다. 진심을 다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언제 회상하더라도 마음이 아프다. 특히나 그 끝이 보이는 듯 할때가 더욱이. 사람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미소를 주고 받아도, 긴 호흡으로 말을 주고 받아도, ‘진짜’ 또는 ‘솔직하게’라는 대사가 오가도 그렇다. 그것은 오로지 충분한 분위기 속에서만 발산하고, 때가 되면 누가 […]

더 보기
ART, 소설/수필

어떤 시간

하루는 여러 차례의 도움을 받고, 몇 차례의 작은 도움을 주며 ‘날(day)’이라 부르는 돌을 세는 일 같습니다. 사람들은 둥근 땅 위 어디서 난지도 모르게 발생하고, 죽순처럼 자라서 오늘 제 어깨를 스칩니다. 저는 왜 사는지 알아내려는 노력을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그것은 메아리처럼 같은 물음을 반복하게 합니다. 가령, 오늘 제가 어떤 대답을 지어낸다 한다면 바로 몇 시간 뒤에는 […]

더 보기
ART, CULTURE, 소설/수필, 여행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초등학생일 적에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했었다. 오늘은 비가 온다며 엄마가 책가방에 꽂아준 2단 우산. 나는 우산이 있어도 그것을 그대로 가방에 넣어두고 비를 맞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귀가했다. “레인 드랍스 폴링 온 마이 헤드”. 어렸던 나는 친구들과 하굣길 언덕을 뛰 내려오며 열 오른 몸이 빗물에 식는 기분을 즐겼다. 그때 흥얼거렸던 곡은 어떤 광고의 […]

더 보기
ART, 소설/수필

봄의 묵서

조용미   당신은 몸뚱이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고독에 대해 생각해보았는지요 살가죽의 고독, 눈꺼풀의 고독, 입술 가운데 주름의 고독, 엄지와 검지 사이 살이 구겨진 듯 오래 접혀 있을 때의 고독, 무너지지 못하는 등뼈의 고독, 종아리 속 정강이뼈의 고독, 뭉클뭉클 흘러나오는 어두운 피의 고독을   당신도 혹 이곳에 발붙이고 있어도 늘 저곳을 향하고 있는 마음이 따로 있진 […]

더 보기
ART, 소설/수필

당신, 이라는 문장

당신, 이라는 문장 유진목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이 하나의 문장이었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단한 문장 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도치와 철 지난 은유로 싱거운 농담을 하면서 매일같이 당신을 씁니다 어느 날 당신은 마침표와 동시에 다시 시작되기도 하고 언제는 아주 끝난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

더 보기
ART, 소설/수필

사막을 건너는 여정

잠자는 집시,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캔버스에 유채 125.9 x 200.7, MoMA)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게 오전 세시. 나는 어떻게 계단을 올랐는지 기억조차 남지 않았다. 일이라 불리는 것을 했고, 택시를 불러 탔지만, 간밤에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택시기사는 어떤 얼굴이었는지, 요금은 얼마가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갑한 구두와 절어있는 셔츠, 왼쪽으로 약간 뒤틀려 묶여있는 넥타이가 지금 나의 […]

더 보기
ART, 소설/수필

피로(fatigue)

어쩌면 사랑을 한다는 건 모든 지적 수준과 고상함을 뛰어 넘는 감정을 가진 존재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 자신이 모자람을 받아들이고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대상에게 내어 보이는 것.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 나는 기대가 많은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고, 눈치껏 행동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바라는 모든 것들을 입 밖으로 […]

더 보기
ART, 소설/수필

배설(excretion)

– 가끔 턱 끝까지 어떤 말이 차오를 때가 있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나만 보면 자기 이야기를 하기 바쁜 사람들. 가끔은 정말 친한 친구의 이야기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대화가 일방적인 경우다. 보통 나는 무시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친한 친구를 언제까지고 무시할 순 없다. 몇 번 입이 달싹거리다가 다물어지면, 원래하려던 말은 […]

더 보기
ART, 소설/수필

구토(sickness)

내가 육체적 반응 중 흥미롭게 여기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간지러움이고, 두 번째는 잠이며, 마지막이 구토다. 내게 간지러움은 몸에서 발생하는 에러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에러 투성이듯, 조물주의 형상도 가끔 에러를 내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어딘가가 간지러울 때면 ‘아, 이 부분에서 에러가 났구나.’하며 손가락을 갖다 댄다. 잠은 흥미롭지만 그 정체를 알 길이 없다. 밤 새 […]

더 보기